어느 날, 한 남자가 냉장고를 열었더니 안에 있는 모든 음식들이 다들 자신을 바라보며 속삭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너무 무서운 거 아닌가 싶었지만, 곧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는 냉장고 문을 열고, "너희들은 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중 한 가지 음식이 대답했다. "우린 당신이 우리를 잊지 않도록 이야기하고 있어!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결국엔 다 당신의 손에서 사라지잖아." 남자는 살짝 미소 지었다. “아하, 그래서 내가 너희를 잊지 말라는 거구나!” 그러자 두 번째 음식이 끼어들었다. “사실, 우리가 당신을 잊고 싶다는 이야기가 좀 더 솔직해.” 남자는 그제야 냉장고 속 음식이 그리워지는 순간을 느꼈다. “어휴, 나도 좀 그런 것 같아…” 모든 음식들은 서로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며 “우리 좀 더 오래 기억해줘!”라고 외쳤고, 그날 이후 남자는 가끔 냉장고를 열어 위로, 응원과 시간을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냉장고에는 재미있게도 '기억 상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