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숲속의 토끼들이 모여 모임을 가졌다. 모두 바쁘게 뛰어다니며 하루를 보내는 토끼들 사이에서 한 토끼가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다른 토끼들이 이유를 물었고, 그 토끼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비밀노트를 가지고 있어. 내가 바빠 보일 필요가 없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모두가 궁금해하며 노트를 보여달라고 했다. 토끼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를 꺼냈다. 그 안엔 "오늘도 아무것도 안 했다."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토끼들은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 한 마리가 말했다. "그럼 너도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우리는 뭐라고 해야 하나?" 다른 토끼가 답했다. "간단해! 우리도 저녁에 '바빠요'라고 적고,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면 돼!" 이번엔 모두가 서로를 보며 크게 웃었다. 결국 그날, 숲속의 토끼들은 서로 바쁘다고 대화를 나누기보다 함께 모여 놀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다음 모임에서는 '비운의 바쁜 토끼들'이라고 이름붙이며 그들의 비밀노트 위주로 이야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