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구 반대편의 세탁기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기로 했다. 그들의 주제는 '우리가 왜 이렇게 더럽혀지는가?'였다. 첫 번째 세탁기가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많은 양의 옷을 세탁해. 그런데 왜 인간들은 항상 더럽게 살아?" 두 번째 세탁기가 대답했다. "그건 인간들이 옷을 입은 채로 음식을 먹기 때문이야!" 세 번째 세탁기가 끼어들었다. "그럼 우리가 말했다면, '더럽기 전에 빨리 세탁해라!'라고 했을 텐데!" 그때 사각형 모양의 세탁기 한 대가 중재에 나섰다. "기다려, 우리는 사람들이 서로 만났을 때 더럽혀진다고 생각해. 그러니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뿌리쳐!" 모든 세탁기들이 한꺼번에 말했다. "그건 오히려 대청소를 해야지!"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오래된 세탁기가 말했다. "음, 결국 우리는 또 세탁이라니... 진정한 정체성이 뭘까?" 그 순간, 세탁기들이 스스로를 정체 불명의 세탁기로 인식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오히려 더 더럽혀진 옷을 세탁기에 넣었다. 세탁기들은 훨씬 더 많은 회의를 열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기계적인 웃음을 흘렸다.